때 묻지 않고 자라나는 심지
음지의 악조건을 이기는 생명력
가뭄에도 푸른 강인함
3덕(三德)의 채소 미나리
말린 잎과 줄기는
훌륭한 한방 약재
생즙으로 먹어도 효과

미나리는 물과 연(緣)이 깊은 채소다. 영어 명칭이 water dropwort(또는 water celery)다. 물이 많은 습지에서 잘 자란다는 의미다. 중국에선 수영(水英).수근(水芹)으로 불린다. 게다가 주성분이 수분(95%)이다.

세계에서 미나리를 가장 즐겨 먹는 민족이 바로 한국인이다. 강회.잎 쌈.생채.김치.볶음 등 미나리를 주재료로 한 음식이 다채롭다. 전골.매운탕 같은 요리에도 미나리가 빠지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고 여긴다. 일본.중국인도 미나리를 즐기지만 서양인은 미나리 대신 셀러리를 먹는다(서울대 이병일 명예교수).

예로부터 미나리는 3덕(三德)이 있는 채소로 예찬됐다. 때 묻지 않고 파랗게 자라나는 심지, 음지의 악조건을 이겨내는 생명력, 가뭄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강인함이 미나리의 3덕이다.

한방에선 용처가 다양한 약초로 친다. 대개 가을에 채취한 잎과 줄기를 햇볕에 말려 잘 썬 뒤 약재로 쓴다. 생즙 처방도 내린다. 보통은 물 300~400㎖에 말린 약재 10~20g을 넣어 달여 먹거나, 생미나리 80~150g의 즙을 내 복용한다. 동의보감엔 "갈증을 풀어 주고, 머리를 맑게 하며, 음주 뒤의 주독(酒毒)을 풀어 준다"고 기술돼 있다. 술 마시기 전에 미나리즙을 마셔 두면 숙취가 가벼워진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중금속과 독성물질까지 해독한다는 입소문도 나 있다. 그래서 복어탕을 끓일 때 미나리를 넣는다. 그러나 이는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감기.독감.수족 냉증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한.보온.해열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의서 본초습유(本草拾遺)엔 "미나리즙이 어린이의 고열을 내려 준다"는 언급이 나온다. 갑자기 열이 난 뒤 내리지 않을 경우 미나리를 보리.도라지와 함께 달여 먹거나 미나리즙을 마시면 회복이 빠르다(경원대 생명공학부 장학길 교수).

변비가 있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수분과 섬유소가 풍부해서다.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추천할 만하다. 열량이 생 것은 100g당 16㎉, 삶은 것은 28㎉에 불과하다. 잎.줄기는 물론 뿌리에도 건강에 유효한 성분이 많으므로 뿌리를 깨끗이 씻고 다듬어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연산인 돌미나리는 향이 강하고 칼슘.비타민C가 풍부하나 떫은 맛과 섬유소가 질긴 것이 특징이다.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권할 만하다. 재배종인 물.논.밭 미나리는 향은 떨어지지만 씹히는 맛이 부드럽다. 열을 내려 주고, 소변을 잘 보게 해 준다. 미나리는 그냥 먹으면 떫은맛이 강하므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뒤 물로 잘 헹궈 먹는 것이 좋다. 너무 오래 삶으면 색이 나빠지고 풍미가 사라지며 칼륨.비타민 C 등 건강.영양 성분이 파괴된다. 잘 씻는 것도 중요하다. 논.개천.습지에서 자라 거머리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씻을 때 놋수저를 담가두면 눈에 보이지 않던 거머리까지 빠져나온다.

미나리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은 복어(맛의 조화, 해독 효과 기대).녹두묵(영양상으로 균형식).김이 대표적이다.
 
[자료출처 : 중앙일보(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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