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혹시 나도 운동 중독?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03-21 조회수 4774

김형곤씨 돌연사로 경각심 높아져
과격한 운동은 잠재된 질병 불러내
고혈압·당뇨 있을 땐 맞춤운동해야

 


W피트니스센터에 다니는 김모(43)씨는 매일 두 시간씩 운동을 한다. 한 시간은 달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중량운동에 할애한다. 무릎에 통증이 생기고, 어깨 근육이 손상돼 불편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곳 윤명구 팀장은 "김씨 같은 사람들은 자신의 달리기 기록이 떨어지거나 근육이 빠지는 것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다"며 "코치들이 아무리 운동 부작용을 경고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운동이 일상생활처럼 돼버린 사람이 늘고 있다. 살을 빼거나 근육을 불리는 등 이유도 가지가지다. 그러나 지나친 운동은 건강을 해친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건강을 해칠 정도로 운동에 집착하는 ´운동의존증´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강도 높은 운동으로 체중을 줄인 사람 가운데는 운동의존증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 김형곤씨도 그런 경우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운동으로 잠재된 질병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체중 공포증(Weight Phobia.3월 13일자 2면)에 이어 운동의존증에 대해 알아본다.

 

◆ 운동은 만병통치약 아니다=평소 달리기로 건강을 챙겨 오던 61세의 박모(부산)씨. 2004년 부산바다 하프마라톤을 뛰다가 6~7㎞ 구간에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사망했다. 진단결과 혈전에 의한 뇌경색이 사망원인이었다. 박씨는 직접적인 사인은 과도한 운동이라는 의미다.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박원하 교수는 운동 중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비후성 심장병과 동맥경화를 꼽았다. 박 교수는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 혈관에 있던 노폐물 덩어리(혈전)가 떨어져 나가 뇌를 막는 경우가 있다"며 "평상시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운동량이 많아질 때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따라서 고지혈.고혈압.당뇨 증세가 있거나 비만인 사람이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이런 사람들은 운동할 때 약물 치료를 꼭 병행해야 한다.

또 건강검진을 소홀히 한 사람이라면 운동 전 심전도.운동부하검사.심장 초음파.혈압.혈당 등 기본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운동이 보약이 되는 것은 개개인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는 맞춤 운동을 할 때 가능하다.

 

◆ 운동의존증(중독) 주의=운동은 지루하고 고통스럽다. 꾸준한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중독에 빠진 사람은 하루라도 운동을 거르면 몸이 개운치 않아 견디기 힘들다. 연세대 사회체육학과 윤용진 교수는 "운동을 하면 생리학적으로 피곤하고 아파야 정상인데, 운동중독에 걸리면 오히려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소화가 안 되고 아프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운동이 격렬해지면 뇌에서 아편.모르핀과 비슷한 엔도르핀 등 통증감소 물질이 나와 육체적 고통을 잊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인체가 이런 반응에 길드는 것이 운동중독의 시작이다.

박 교수는 또 "가벼운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2~3개월 계속하면 100% 운동의존증이 생긴다"고 말했다. 등산 또는 매일 3㎞를 걷는 것만으로도 이런 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운동중독은 건강을 오히려 해치기도 한다. 감정이 극도로 고양된 상태에선 부상을 당해도 아픈 줄 모른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에 의한 내성으로 운동강도는 계속 세진다.

 

◆ 내게 맞는 운동을 찾아라=일산백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양윤준 교수는 "신체 컨디션이 나빠 쉬어야 하는데도 운동을 한다면 운동중독증을 의심할 수 있다"며 "과격한 운동은 잠재된 질병을 불러내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건강한 사람이 운동중독에 걸리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잠재적인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운동중독은 병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음주 후 운동은 금물이다. 술은 탈수 작용을 하는데 여기에 운동으로 땀을 빼면 혈액이 더욱 걸쭉해져 심장에 부담을 준다. 혈액응고의 가능성 또한 커진다. 밤샘 작업 역시 스트레스호르몬 수치를 높여 운동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휴식이 우선이다.

운동 빈도와 강도는 주 3~5회, 1회 1시간 이내가 적당하다. 특히 격렬한 운동을 한 다음날엔 쉬거나 운동 강도를 줄여야 한다.

양 교수는 "스트레칭, 웨이트트레이닝(덤벨 등 중량 운동), 유산소 운동(달리기 등)을 골고루 해야 유연성.근력.지구력이 균형 있게 발전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몸의 경고 사인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운동한 다음날 사지에 통증이 오는 과훈련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면 휴식을 취하면서 치료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운동은 정신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의학전문기자 황세희 - sehee@joongang.co.kr

- 출 처 : 중앙일보(06.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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