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장 가운데 으뜸은 ‘정월장’이라고 했다. 지난해 동지에 만든 메주가 거의 숙성됐으며, 추운 계절이라 잡균의 침범을 덜 받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매년 이맘때면 농촌에서는 장 담글 채비에 분주하다. 최근 농촌에서는 마을이나 지역농협 단위로 우리콩만을 이용, 재래식 방법으로 메주를 만들고 띄운 전통된장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국인은 된장 힘으로 산다’는 말도 있다.

비만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귀가 번쩍 뜨일 소식이 있다. 된장이 ‘비만을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 박건영·정해영·이재원 교수팀이 〈비만 억제 및 신경재생 효과를 가지는 기능성 콩 발효식품 개발에 관한 연구〉의 결과에 따른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용 쥐를 세그룹으로 나눠 4주간 관찰했다. 한 그룹은 일반사료를, 한 그룹은 돼지기름을, 또 한 그룹은 돼지기름에 된장이 10％ 포함된 먹이를 줬다. 실험 결과, 된장을 섞어 먹인 쥐 그룹이 정상 쥐보다도 체중이 낮았다. 박건영 교수는 “콩에 함유된 제니스틴 성분이 된장으로 숙성되는 과정에서 제니스테인으로 변화되는데 이 물질이 비만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콩을 원료로 하는 된장에는 발효를 거치면서 콩에는 없던 성분이 새롭게 생성된다. 된장의 신비한 힘도 미생물의 왕성한 활동 결과다. 수많은 미생물의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오케스트라 음식’이 바로 된장이다.

언제부터 우리민족이 된장을 먹었는지는 확실하게 알 수 없지만, 고구려시대 이전부터 이미 된장·간장이 한데 섞인 걸쭉한 장을 담가 먹다가 삼국시대에 와서 간장·된장을 분리하는 기술로 발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장류는 40여종의 문헌에서 250여종이나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옛말에 품격이 높은 마님을 치켜세우는 표현으로 ‘서른여섯가지 김치를 담그고 서른여섯가지 장(醬)을 담글 줄 아는 며느리’란 말이 있다. 그만큼 된장 종류가 다양하다는 반증이다. 장 종류가 다양한 것은 각 가문에서 특유의 장 담그기 비법을 전승해 내렸기 때문이다.

한영실 교수(숙명여대 총장)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음식 상식 백가지〉에서 “전통장류에 암 유발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요인이 있는데 된장 70％, 고추장 50％, 간장 30％ 순으로 된장의 항암효과가 크다”고 밝히고 있다. 또 “재래식 된장은 콩 발효 식품이 가질 수 있는 항암물질인 트립신 저해제, 비타민E를 비롯한 항산화물질, 불포화지방산 등이 많이 있어 항암작용을 하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공장제품보다 가정에서 담근 장이 항암효과가 더 뛰어나다”고 한다.

올해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낸 제품보다는 직접 ‘수제(手製) 된장’을 담가보자. 아니면 가정에서 담근 장만큼이나 솜씨 좋은 장인 또는 부녀회, 지역농협, 장 만드는 마을을 찾아 일년 먹을 장을 주문해보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