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칭기스칸은 왜 삼겹살을 먹지 않았을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5-03 조회수 5243

hspace=0

 

칭기스칸은 왜 삼겹살을 먹지 않았을까?
 

몽골에 삼겹살 인기가 한창이다. 벌써 10여년 전부터 한국 음식을 고급스럽게, 또 맛깔스럽게 알려온 현지 식당 관계자들의 노고일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까지 사로잡아 버린 한류열풍이 몽골도 휩쓸었으니 매스미디어의 공로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 몽골은 자동차를 포함해 핸드폰과 화장품, 옷과 신발, 김치에 이르기까지 온통 한국 상품 천국이다. 그중 새롭게 떠오른 것이 바로 삼겹살 구이다. 경제력이 넉넉한 사람들이나 젊은이들 사이에서 삼겹살이 가장 손꼽히는 음식으로 인식된다. 쇠고기나 양고기보다 몇배나 비싸지만 고기 맛은 일품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솥뚜겅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익은 삼겹살을 기름장에 찍어 상추잎 위에 올린다. 거기에 마늘과 풋고추를 곁들인 후 소주 한잔과 함께 먹는 그 맛이란! 언젠가 한국인이 원정전쟁을 못하는 이유로 삼겹살이며 상추, 마늘, 된장에 젓갈까지 싸가지고 가야하는 불편 때문이라는 우스개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정말 삼겹살은 혼자 먹기 아까운 음식임에 틀림 없다. 그런데 이 환상적인 삼겹살의 맛을 칭기스칸이 모르고 살았다니 인생의 재미 중 하나는 놓치고 산 것이 아니겠는가?

몽골엔 왜 돼지고기 요리가 없을까? 첫 번째 이유는 자연지리적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흔히 만리장성을 유제품의 남방한계선이자 돼지고기의 북방한계선이라 말한다. 만리장성 너머의 땅인 몽골과 고비사막은 양이나 염소, 소나 말은 잘 자라지만 돼지는 생존하기 어려운 조건을 가졌다. 돼지가 자라기 위해서는 습지가 있어야 하는데, 몽골은 연강수량이 250mm밖에 되지 않는 황량한 사막의 땅이다. 돼지는 자신의 과도한 지방층 때문에 몸의 온도가 높이 올라가는데, 이럴때 습지의 진흙을 몸에 발라야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물이 없으면 이런 활동이 제약을 받고, 스스로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몽골에서 돼지가 자라지 못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상당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돼지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고 또 성공했을 것이다. 인간은 이 정도의 한계 때문에 그 맛있는 돼지고기 요리를 맛보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할 종족이 아니다.

문화인류적인 측면에서 다른 요인 하나를 더 보자. 안타깝게도 돼지는 인간에게 사육되는 가축이면서 인간이 먹는 곡식을 섭취한다. 그 양도 만만치가 않다. 사정이 이러하니 인간이 돼지를 기르게 되면 집단 전체의 식량 부족에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 집단이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다수의 배고픔을 감내한 희생이 있어야 하고, 그 토대를 딛고서야 약 5%의 특권층이 돼지고기 요리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몽골처럼 식량 자체가 부족한 곳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돼지고기의 맛을 위해 사회 전체의 분열과 파괴를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유목민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을 더한 것만큼이나 중요한 유목민적 자긍심에서 기인한다. 돼지는 인간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짐승이다. 1년에 서너번의 이사를 다녀야 하는 유목민으로서는 일행을 제대로 따라다니지 못하는 짐승을 키울 수가 없다. 닭이나 오리를 키우지 않는 이유처럼 돼지도 그런 측면에서 퇴출당한 짐승이 된 것이다.

유목민들은 정착민을 욕할 때 “네놈은 네 똥이 뒹구는 데서 계속 살아라”라고 말한다. 유목민들의 눈에 정착민은 떠날 수 있는 자유를 갖지 못한 하찮은 종족일 수도 있다. 만리장성을 짓고 거대한 정착문명을 이룬 중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육류는 돼지고기이다. 돼지의 다리는 이미 자기 무게의 60배를 버티고 있다. 돼지는 말과 양을 따라 초원을 건너갈 수도 없고 변화되는 계절과 환경에 적응할 수도 없다. 그저 뒤뚱거리며 자신의 울타리 안을 돌아다닐 수 있을 뿐이다. 자신의 과도한 무게로 힘겹게 서있는 돼지의 모습은 마치 정착문명적 비만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유목민들은 돼지에게서 정착민의 천박한 특성을 보았었는지도 모른다. 체온을 조절하겠다고 강물에 뛰어드는 돼지의 모습은 강물에 오줌을 누고, 거름을 만들겠다며 재에 똥과 오줌을 섞는 정착민의 모습과 어쩌면 저렇게도 똑같은가, 하면서 말이다. 

 

- 조선일보 -



본 공공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일 조회수
182

봄철 나들이의 적 자외선 차단법

2005-05-04 4,634
181

문제아가 우등생으로.. ADHD를 이긴 아이들

2005-05-04 5,972
180

어차피 내야 할 돈이라면.. 챙기자, 국민연금 많이 받는 비법 6

2005-05-04 5,422
179

뷰티 민간요법에 대한 전문가 리플

2005-05-03 5,194
178

열에 아홉은 경험, 편두통 Map

2005-05-03 5,494
177

내 몸에 꼭 맞는 적립식 투자 펀드 찾기

2005-05-03 4,778
176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1분 놀이 방법

2005-05-03 4,969
175

칭기스칸은 왜 삼겹살을 먹지 않았을까?

2005-05-03 5,243
174

콘크리트 아파트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

2005-04-29 4,892
173

사과가 유방암 예방에 효과

2005-04-29 4,499

로그인하시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