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칭기스칸 요리에 대한 엉뚱한 오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5-05-24 조회수 5099
칭기즈칸이 대륙을 평정하던
       시절, 투구에 물을 끓이고 즉석에서 조달한 양고기와 야채를 익혀 먹던 야전형 요리
       에서 생겨났으며 일본에서 현대적 요리로 정리하여 샤브샤브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합니다.

사람은 흔히 자신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설명하려 들지만 남에 대해서는 좁디 좁고 얇디 얇은 지식과 경험만을 토대로 추상적으로 이해하기 마련이다. 추상적인 이해는 선입견과 편견을 낳는다. 그래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타인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히고 살아가는가.

각설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칭기스칸 요리는 칭기스칸이 남긴 유산이 결코 아니다. 칭기스칸 요리는 소화(昭和)시대에 일본인들이 고안한 것이다. 몽골에는 이와 비슷한 음식조차 없다. 중국의 북경에서 산양 고기로 만드는 샤브샤브 요리를 칭기스칸 요리라고도 한다. 이 요리는 독특한 모양을 한 냄비를 사용하여 산양고기를 끓인 뒤 장국을 찍어 먹는 것이다. 그러나 몽골 유목민들은 양고기를 끓일 경우 장국을 찍지 않고 국물도 먹기 때문에 샤브샤브 같은 요리법은 없다. 국물과 함께 먹는 몽골요리로 슐루가 있다.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⑦](한길사,1999년)에 의하면 최남선 선생은 일찍이 우리가 즐겨먹는 설렁탕이 이 슐루에서 나왔다고 고증한 바 있다. 유목민들이 이동하다가 물가에 이르러 소를 잡아 적당히 뜯어 삶아 먹은 데서 유래했으며, 몽골 군사들이 슐루를 먹는 것을 보고 몽골의 지배를 받았던 고려사람들이 배웠을 것이라는 것이다.(물론 조선시대 선농단에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그 제사에 올린 소를 잡아 곤 것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다.)

어떻든 왜 일본인들이 고안한 요리가 칭기스칸 요리로 불리게 되었을까? 정확한 자료는 확보하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두 가지 중 하나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고기를 얇게 썰어서 수없이 많은 칼질을 해놓은 것이 마치 칭기스칸 같은 잔인함을 연상시켰던 탓이거나, 아니면 칭기스칸이 그렇게 난도질하고 싶어질 만큼 미웠던 탓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새 요리상품의 홍보효과는 톡톡히 거두었을 것이다.

만약 이 추측이 맞다면 칭기스칸 요리라는 표현은 한 인간이 걸었던 족적에 대한 증오와 복수와 핍박의 의지가 담긴 음식 명칭인 것이다. 음식에조차 그런 편견과 오해가 깃들어 있다면 다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2005. 5. 24 인터넷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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