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대목 농산물시장 결산
 

올해 설 대목을 맞아 도매시장의 경우 당초 전망보다 실적이 밑돌아 우울했던 데 반해, 대형유통업체는 기대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도 변화가 있었다. 명품 과일 브랜드가 뜨는가 하면 낱개로 사는 소비자들의 실속 구매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설 대목장을 결산한다. 
 
 
◆ 대목장이 사라지는 도매시장= 지난해 설·추석에 이어 도매시장은 반입량이 줄고, 경락값도 산지 거래값에 뒤지는 양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1월25일~2월8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관심의 초점이 됐던 사과 반입량이 2,861t으로 물량이 적었던 지난해 설 대목 때보다 30~40% 줄었다. 
 
경락값도 5㎏ 상품이 3만원 정도에 머물러 산지보다 평균 5,000~1만원 낮게 형성됐다.
 
이영신 서울가락시장 중앙청과 과일영업본부장은 “이달 1~3일 급습한 한파에다 대형유통업체의 벤더 등을 통한 산지 구입이 정착됐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설 대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더구나 재고량이 적지 않아 설 대목 이후에도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경기 구리시장의 이석규 구리청과 전무는 “앞으로는 중도매인의 재고뿐 아니라 산지 대기물량이 만만치 않아 이달 내내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량구매 증가…유통업체 매출 신장=설 연휴가 주말까지 이어져 길어진 데다 백화점·할인점 등 유통업체들이 일찍부터 특판행사에 들어감으로써 유통업체의 설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0~30 증가했다. 
 
이는 최근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에서 3만원 이하 선물을 허용하고 농산물 선물 주고받기를 권장한 데 따른 것으로도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체 등의 과일 선물세트 대량구매 수요가 크게 증가했으며, 유통업체들이 실시한 ‘10+1 행사’ 등 덤 증정행사도 대량구매에 보탬이 됐다. 이창욱 이마트 청과팀 과장은 “선물을 주고 받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50~100개씩 대량으로 주문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 일부 품목의 경우 물량이 품절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 고가·중저가상품 이원화=이번 설에도 고가 상품과 중저가 상품의 이원화는 더욱 심화됐다. 웰빙 열풍이 이어지면서 친환경과일과 〈얼음골사과〉 등 지역명품 과일, 당도선별 과일 등 고가의 상품은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반면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3만원 이하의 중저가 상품은 실속있는 선물을 원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3만원대인 〈한라봉〉·참다래도 중저가 선물세트로 각광을 받은 대표적인 품목. 또 제수용으로 필요한 만큼씩 담은 사과·배 혼합세트와 투명팩이나 봉지에 2~6개씩 담은 과일도 관심을 모았다. 
 
이상문 농협유통 과일팀 과장 “선물용으로 친환경상품과 명품세트 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설 2~3일 전에는 제수용으로 소포장한 사과·배가 불티나게 팔렸으며 단감도 상자보다 줄단감이 많이 팔렸다”고 소개했다. 
 
 
 
 
 
 
 
출처 : 농민신문 2005.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