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주인들 농지 회수·계약서 작성 기피, 임대 땅을 직접 경작한듯 위장 편법도

지난해 쌀 직불금 부당수령 파문을 계기로 직불금 신청 요건이 강화되면서 애꿎은 임차농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땅주인들이 농지를 회수하거나 임대차계약서 작성을 꺼리기 때문이다.

올해 쌀 직불금 신청을 마감한 결과 경남 김해시는 신청 농가가 지난해 9,700명에서 올해는 6,655명으로 32％ 줄었다. 부산 강서구 일대도 36％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접수창구가 주소지에서 농지 소재지 읍·면·동 주민센터로 바뀐 탓도 있지만, 직불금보다도 양도세 감면에 더 관심이 많은 지주들이 임대를 포기한 채 농지를 회수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지의 90％ 이상이 외지인 소유인 김해평야의 경우 많은 임차농이 생활 터전을 잃게 됐다. 부재지주들은 회수한 농지에 나무를 심거나 옥수수·들깨·상추 등 채소를 심어 주말농장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또 일부 농지는 관리가 안돼 잡초만 무성하고, 병해 피해를 입은 농작물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해평야에서 40년째 농사를 지어온 김모씨(67)는 “부재지주들은 배수로에 수북이 난 잡초를 제거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수로를 따라 병해가 쉽게 확산될 뿐더러 비가 많이 오면 잡초 때문에 물이 잘 빠지지 않아 인근 농지에 침수피해까지 끼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복잡해진 임대차 서류를 피하기 위한 편법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을 농지 관리인으로 전락시키고 부재지주가 농사를 짓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직불금을 타는 것이다.

부산 강서구의 벼 재배농가 이모씨(58)는 “직불제 신청 요건이 깐깐해진 이후로 비료·농약 등 농자재를 살 때 땅주인 이름으로도 영수증을 끊어 줘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생겼다”며 “이 일대 농가 대부분이 땅주인으로부터 농지를 회수당하거나 땅주인 이름으로 농사를 지어 주는 관리인으로 전략하는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부산 강동농협의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농자재를 본인이 아닌 외지인 이름으로 사 가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며 “이 경우 임차농은 이용고 배당에도 손실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개발이 예정된 대전 유성구 신동지역에서도 임차농들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 논은 10여년 전만 해도 3.3㎡(1평)당 7만~8만원에 불과했지만 개발 호재로 인해 현재는 5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땅주인들은 보상금 수령시 8년 이상의 자경(自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액수의 양도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 임차농들의 임대차계약서 요구를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 

5,280㎡(1,600평) 규모의 논을 임차했다는 배모씨는 “직불금을 신청하려고 땅주인에게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보상금 받을 때 내가 피해 보면 당신이 책임질 거냐’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인근 임차농의 90％는 나와 사정이 비슷하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 시설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땅을 빌려 시설농사를 짓고 있는 최모씨(50·광산구)는 “구두로 계약하고 땅을 빌려 농사를 짓다보니 자연재해라도 발생하면 피해보상도 받을 수 없다”며 “정부가 임차농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출처 :농민신문 (09.8.26)-